“‘사랑에 빠졌어’를 프랑스어로 뭐라고 하죠?”
불안을 환희로, 환희를 사랑으로 바꾸는 향수의 마법!
‘로맨틱 파리 컬렉션’ 마지막 이야기
『센 강변의 작은 책방』과 『에펠탑 아래의 작은 앤티크 숍』 두 소설을 통해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의 작은 가게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은 바 있는 레베카 레이즌이 ‘로맨틱 파리 컬렉션’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파리와 더불어 보랏빛 라벤더 꽃이 끝없이 펼쳐진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미국에서 온 조향사 델이 향수를 통해 꿈과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이야기가 감미롭게 펼쳐진다.
이 책은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향기라는 관점으로 다시 읽어 내려간다. 실제로 샹젤리제 거리 어딘가에 있을 법한 베일에 싸인 향수가게는 물론이고, 수 세기 전의 정교한 향수병이 그대로 보관된 향수박물관, 패션 디자이너로 유명하지만 전설적인 향수 샤넬 넘버 5를 만든 코코 샤넬 등 파리라는 도시 속 향기의 요소를 속속들이 찾아내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전작에서 그랬듯, 그 분야에 몰입한 열정 넘치는 주인공을 통해 하나의 직업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향수가 일종의 치유제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각각의 사람에게 맞는 맞춤 향수를 만들고자 하는 주인공의 진지한 태도, 향수 대회에서 도전 과제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통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소설 속에서 향수는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자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자체이기도 하며, 꿈을 성취해나가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어쩌면 향기 그리고 향수에 대한 일종의 예찬에 가깝다.
<책 속으로>
나는 온갖 아로마 오일이 톱 노트, 하트 노트, 베이스 노트 순으로 층층이 깔끔하게 정리된 선반과 반원형 책상이 달린 향수 오르간에서 몇 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작업을 했다. 서로 무릎을 부딪쳐가며 사랑의 묘약이라도 만드는 듯이 심혈을 기울여서 에센스를 섞었다. 어떻게 보면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거나 다름없었다. 자기만의 독특한 향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향수를 주문 제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할머니는 향수 제조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할머니는 시대를 앞서간 전위적인 몽상가였다. 날마다 향수를 만들며 향의 세상에 빠져 지내다 할아버지가 저녁으로 다시 토스트를 먹어야 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면 그제야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36~37p
나는 그가 몸을 돌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를 실제로 만날 수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생각보다 키가 크지 않았지만 양복을 입은 옷매가 좋았고 뒤에서 보아도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드디어 눈썹을 찡그린 채 우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남자의 눈썹이 그보다 더 잘생길 수 있을까 싶었다. 한밤처럼 새까만 눈썹이 선명한 초록색 눈 위에 아치를 그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헉 소리가 날 정도로 오싹한 깨달음이 나를 강타했다. 제발 그 남자가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세바스티앙 르클레르는 아니길! 그 남자는 아니길! 뱃속이 요동을 쳤다. 하필이면! - 73p
나는 뱅상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을 직접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어느 면으로 보나 독특했던 그는 단순히 향기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거기에서 연상되는 감정까지 소환하려고 했다. 예를 들면 바닷가에 놀러 간 순간을 포착하듯 모래성, 웃음소리, 눈부신 햇살, 굽이치는 파도의 짭짤하고 산뜻한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모래사장에서 햇볕을 쬐며 흘러가는 삶을 감상할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담으려고 했다. 어떻게 냄새로 웃음소리를 재현할 수 있을까? 첫사랑의 알딸딸한 느낌은 또 어떤가. 그게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 - 201p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하지만 그냥 손가락을 퉁겨서 고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천생연분을 주문할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믿음을 간직해야 했다. 진정한 사랑이 나를 찾아올 거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확신 아래 그때까지 믿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진정한 사랑이 뭘까?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공간일 수도, 영적인 탐구일 수도 있었다. 사랑은 단순한 말이 아닌 그 이상이었고 달빛 아래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와 딱 하루만 더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프렌치 키스였고 저녁에 먹는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걸 무슨 수로 향수병 안에 담을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랑의 언어는 어떤 특정한 언어가 아니라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으로 작업에 돌입한 내 손끝이 찌릿찌릿했다. - 343p
<출판사 리뷰>
파리, 로맨틱한 향수의 마법에 빠지다!
베일에 싸인 파리의 작은 향수가게,
비밀의 문이 열리다!
프랑스 파리의 작지만 특별한 향수가게 르클레르 파르퓌메리. 이곳의 수장이자 향수 제조 원칙의 틀을 깨는 천재적인 조향사 뱅상이 타계한 뒤, 그간 언론을 기피하며 베일에 싸여 있던 르클레르가 회사의 문을 활짝 열고 능력 있는 조향사를 발굴하기 위한 대회를 연다. 미국의 조그만 도시에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로 떠나온 델은 대회에서 우승해 쌍둥이 동생과 함께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향수 부티크를 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들을 보며 자신감을 잃어가고, 그들의 치졸한 방해공작에 한 관문 한 관문 넘어서기조차 쉽지 않다. 게다가 뱅상의 아들로서 향수회사를 물려받은 훈남 사장 세바스티앙과 왜 사사건건 엮이는 건지! 그녀가 사고를 칠 때마다 마주치는 데다 대회에 집중해야 할 판국에 그의 매혹적인 체취에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델은 수많은 어려움에도 자신의 미래가 걸린 이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은 향수병에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을 뒤집고 사랑의 감정을 담아낸 향수를 만들 수 있을까? 과연 세바스티앙을 향한 짝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파리 X 프로방스
프랑스의 아름다운 여름 이야기
저자 레베카 레이즌은 비밀스러운 향수가게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로 우리를 초대한다. 빨간 풍차 네온등으로 빛나는 물랭루주에서는 예술적인 공연이 펼쳐지고, 한적한 바에서는 사람들이 와인 잔을 기울이며 밤기운에 취하고, 때로는 달콤한 초콜릿을 한가득 사서 공원에 앉아 맛보는 파리지앵의 일상이 펼쳐진다. 더러는 잘 몰랐던 프랑스 에티켓과 생활방식도 있다. 일행끼리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거리 쪽을 바라보게끔 놓여 있는 카페 테라스의 의자들, 거기에 앉을 때 팔꿈치를 집어넣고 다리를 오므려야 하는 에티켓, 커틀러리가 놓인 테이블에 앉을 때는 음료만 시켜서는 안 되는 것 등등.
작가는 미국인 아가씨 델의 시선을 통해 이방인에게 신기하고도 매력적인 파리의 생활상을 풀어낸다. 델이 향수 대회의 두 번째 도전 과제를 치르기 위해 프로방스에 가면서부터는 더욱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시선이 닿는 끝까지 라벤더 꽃밭의 보랏빛으로 물든 풍경, 장밋빛의 로제와인을 곁들인 낭만적인 저녁, 프로방스에 머물며 명작을 그려낸 반 고흐 이야기, 인근의 문화유산과 유적지까지……. 이처럼 현지의 정서와 아름다운 두 도시의 여름날 풍경을 생생히 묘사해 놓았기에 독자로 하여금 그 도시, 그 시간 속에 머무는 듯 느끼게 한다.
파리의 향기는 어떨까?
향기 그리고 향수의 세계에 빠지다
사람에게 특유의 체취가 있듯 도시에도 고유의 향기가 있다. 이 책에는 파리의 곳곳에서 느껴질 법한 향기가 배어 있다. 아파트에 들어설 때 나는, 입맛 자극하는 음식 냄새, 밤거리의 축축한 흙냄새, 센강의 시원한 물 냄새, 도시 곳곳의 정원과 수풀에서 나는 꽃향기……. 이렇듯 도시를 ‘향기’라는 키워드로 풀었을 때 담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그린다. 또한 조향사 델을 통해 하나의 직업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톱 노트, 미들 노트(하트 노트), 베이스 노트 등 향을 표현한 전문 용어, 향에는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 밴다며 감정까지 다스려가며 향수를 만드는 진지한 직업인의 태도, 체취 혹은 향수에 마음을 빼앗겨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는 달콤한 상상까지……. 향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섬세한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마치 그 향이 코끝에 느껴지는 듯하다. 책을 통해 잠시 파리의 향기에 취해 보며 내게 추억을 환기하는 향은 무엇인지 떠올려보게 된다. 이 책은 온갖 향들의 매혹이나 다름없다.
‘로맨틱 파리 컬렉션’ 마지막 이야기,
꿈꾸는 사람은 아름답다
‘로맨틱 파리 컬렉션’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지속해서 꿈꾸고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센 강변의 작은 책방』에서는 책은 또 하나의 세상이라고 믿는 책벌레 아가씨 새라가, 『에펠탑 아래의 작은 앤티크 숍』 에서는 오래된 물건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정신이 깃들었다고 믿는 아눅이 등장한다. 『샹젤리제 거리의 작은 향수가게』의 델 역시 향수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과도 같다는 생각으로 한 사람 한 사람만을 위한 고유의 향을 만든다.
사실 오늘날처럼 빠르게 변하고 경쟁화된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향수 대회에서도 몇몇 경쟁자들이 치졸한 방해공작을 펼치지만 델은 그 사실을 까발리거나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보다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 그 모습에 감동해 책을 읽는 동안 델이 자신의 나약함과 물리적 방해 요소를 딛고 당당히 이겨내길 응원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더불어 종종 전작의 인물들이 카메오처럼 등장함으로써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이들 역시 자기 일을 사랑하고 신념을 굽히지 않는 인물이었는데, 그들의 올곧은 선택에 관한 후일담을 듣는 것만 같아 더욱더 즐겁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로맨틱 파리 컬렉션’은 끝났지만 어쩐지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만 같다. 균형 잡힌 향수는 그 잔향이 오래간다고 했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 이야기들도 잔잔하고 은은하게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샹젤리제 거리의 작은 향수가게』에 쏟아진 찬사들
최고다!!! 첫 페이지부터 나를 사로잡았고 기대감에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진정한 페이지 터너다. 최고다!
- nerys minney(www.amazon.co.uk)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파리 컬렉션 3연작 가운데 가장 좋았다.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들었고 향수를 만드는 기법도 배울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 cdonn82431(www.amazon.com)
파리에 대한 저자의 애정 덕분에 파리가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파리 컬렉션 3연작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제 끝이라니 조금 슬프다.
- morgaine(www.amazon.com)
와우. 정말 유쾌하고 보석 같은 작품이다. 매혹적인 향수 소개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낭만, 우정, 상실, 새로운 출발, 희망, 도전정신이 이 가슴 뭉클한 이야기 속에 담겨있다. 중간에 마음에 드는 구절. “완벽한 향수를 창조하면 노래처럼 영원히 사람들 곁에 남을 수 있다.” 이 책에 딱 맞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 Nessa(Goodreads)
나는 레베카 레이즌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파리 컬렉션 3연작은 처음이다.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마음에 쏙 들어서 나머지 두 권도 읽어볼 생각이다. 워낙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해치웠다.
- Stacey(Goodreads)
책장을 펼치자마자 빠져들어서 주인공 델과 같은 향을 맡고 델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독자 입장에서는 등장인물에게 그런 식으로 동화되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 Sharon(Goodreads)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의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환기한다. 따뜻하고 포근하며 고전적인 러브스토리다.
- Roberta(www.amazon.com)
샹젤리제 거리의 작은 향수가게 본문
작가이기 이전에 애서가였다. 책에 대한 사랑이 책을 직접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발전했다. 여러 문선과 문학지를 통해 단편을 출간했고 현재는 로맨스 소설을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 ‘진저브레드 카페 시리즈’, ‘책방 시리즈’ 등의 공간 중심적인 로맨스 소설로 출간했다. 레베카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친구 삼고 싶은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평생 단 한 번뿐인 진정한 사랑을 믿는 그런 순수한 사람을 말이다. 대표작으로는 파리의 작은 가게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파리 컬렉션’ 3연작 『센 강변의 작은 책방』, 『에펠탑 아래의 작은 앤티크 숍』, 『샹젤리제 거리의 작은 향수 가게』가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출판사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레베카 레이즌의 《센 강변의 작은 책방》, 《에펠탑 아래의 작은 앤티크 숍》, 《샹젤리제 거리의 작은 향수가게》, 스티븐 킹의 《악몽과 몽상》,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레이스》, 프레드릭 배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