畳(たたみ) 방의 한 가운데, 두 사람이 바닥을 내려다 보는 듯한 자세로 마주 앉아있고 머리는 서로 닿을 듯합니다. 그들이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는 바닥에는 수 십장의 카드가 줄지어 깔려 있습니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한 사람이 무언가 음률에 맞춰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마주 보고 있던 둘 중 한 사람의 손이 재빠르게 바닥의 카드 하나를 낚아 챕니다. 조금은 기묘해 보이는 이 분위기, 어떠신가요? 오늘의 주제는 일본의 아주 오래된 전통 놀이 かるた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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かるた라는 말은 포르투갈어로 카드, 트럼프 등을 의미하는 carta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원래 카드게임을 칭하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読み札(よみふだ：읽는카드)　혹은 上の句(かみのく：상구)를 읽으면 그에 맞는 絵札(えふだ：그림카드)　혹은 下の句(しものく：하구)를 골라 보다 많은 수의 카드를 지닌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 놀이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카드 놀이는 平安(へいあん)시대에 조개 껍질의 짝을 맞추던 貝合せ(かいあわせ)와 유럽의 카드게임이 융합한 것이라고 하니 그 형태는 조금씩 변형되어 왔으나 오랜 기간 일본인들이 즐겨오는 전통 놀이라 짐작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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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많은 일본인들이 정초 등에 여러 가지 형태의 かるた 놀이를 즐기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스포츠 경기와 비유될 정도로 긴장감 넘치고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競技(きょうぎ)かるた에 대해 좀 더 알아 볼까요? 競技かるた에서는 小倉百人一首(おぐらひゃくにんいっしゅ)를 사용하며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상대방보다 많은 수의 카드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의 경기입니다. 먼저 小倉百人一首란 100사람의 和歌(わか：하이쿠 등과 더불어 일본 고유의 시를 이르는 말) 를 한 사람 당 한 수씩 골라 모은 和歌集(わかしゅう)을 이르는 말입니다. 여러 종류의 百人一首가 있지만 藤原定家(ふじわらていか)가 고른 小倉百人一首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며 かるた에서 사용되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かるた는 和歌의 上の句가 쓰여 있는 読み札 100장, 下の句가 쓰여 있는 取り札(とりふだ) 100장 이렇게 모두 200장의 카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00장의 取り札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않아 読み手(よみて)가 읽는 上の句와 짝을 이루는 下の句가 쓰여 取り札를 먼저 집는 사람이 카드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죠. 読み手가 음률을 넣어서 和歌를 읽는 모습과 그것을 듣고 재빠르게 카드를 낚아채는 선수들의 모습이 처음 그 장면을 접한 사람에게는 여간 기묘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참가 선수에게는 100수의 和歌를 전부 외우는 암기력, 카드를 재빠르게 골라내기 위한 순발력 외에도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며 스포츠 경기와도 맞먹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연말에 열리는 그 해의 かるた名人을 뽑기 위한 名人戦 등은 TV 중계 되기도 한다고 하네요.

かるた는 이렇게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나 지역, 직장 등에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전통 놀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かるた 놀이를 통해서 일본 고유의 시인 和歌가 일본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들이 和歌를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또한 그들의 귀한 전통 문화인 시와 놀이를 오랜 기간 계승해 온 점은 부러워 할만한 대목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