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舗(しにせ)

오늘의 키워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본연의 자리를 지켜 작지만 강한 일본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는 老舗(しにせ)입니다. 老舗란 선조대대로 가업을 이어 내려온 전통 점포 혹은 기업의 형태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창업 후 100년 이상 된 점포나 기업을 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老舗(しにせ)」라는 단어는 동사 「仕似す(しにす)」에서 왔으며 ‘모방하다’라는 뜻으로 에도시대에 ‘가업을 지켜 이어온다’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명사화한 「しにせ」는 가업을 지켜 이어오는 점포나 기업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老舗의 업종은 주류, 전통과자, 기모노, 제조업 등의 전통산업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건설, 금융, 부동산 등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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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이렇게 창업 후 100년 이상 된 老舗가 2만을 넘긴다고 하는데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불리는 두산그룹이 이제 100년을 넘겼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여겨지던 건설사도 바로 일본에 있는데요. 578년에 세워진 金剛組(こんごうぐみ)가 바로 그것입니다. 백제인이 일본에 세운 건설회사로 사원의 설계와 시공, 문화재 수리 및 복원 등의 업무를 주로 해왔으나  2005년 경영악화로 파산하였다고 하네요. 또한 세계적으로 창업 후 200년 이상 된 기업도 일본이 가장 많은 3146사, 독일이 837사, 네덜란드가 222사로 일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이렇게 유독 일본에만 오래된 기업이 많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職人(しょくにん)에 대한 존경심’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예부터 장사는 천한 것으로 여기고 몸을 움직여 하는 노동은 하층민들이 하는 일로 인식해 왔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오래 전부터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기술을 소중히 여겨 발전 시켜왔습니다. 뭐든지 한 가지만 잘하면 천하제일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일본인들은 가업을 이어받아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업을 지켜내고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고생해서 번 돈으로 자식들을 일류 대학에 진학시키고 번듯한 대기업에서 일하게 되기를 원했던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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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老舗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가업이라고 하여 혈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데릴사위를 들이거나 제자 중에서 뛰어난 사람을 후계자로 삼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는 혈연 제일 주의(?)인 우리나라와 또 하나의 큰 차이 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더불어 전통과 긍지의 상징인 のれん도 老舗하면 빼놓을 수 없는 큰 특징인데요. のれん은 가게 입구에 쳐놓은 무명천을 말합니다. 이는 고객에 대한 신용의 상징으로 ‘のれん을 지킨다’는 말은 고객에게 책임을 다할 것이며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のれん이 마치 점포 그 자체를 상징하고 있는 듯 느껴지며 ‘のれん을 지킨다’는 말에서 고객에 대한 신용과 전통 계승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물질만을 추구하지 않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가치와 정신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인들의 마음가짐이 많은 오래된 기업 老舗를 만든 비결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